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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오링고 3주년 후기외국어 2023. 11. 8. 19:14
듀오링고를 시작한지 3년정도가 지났다. 2020년 10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스트릭기준으로도 3년을 넘겼다!
듀오링고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 매일매일 남을만한 습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당시에 논문 읽기에 프랑스어와 독일어가 조금 필요하기도 했고, 겸사겸사 좋은 습관을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에 시작했다. 이번 포스팅에선 그간 후기와 장/단점을 적어보고 듀오링고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말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영어로 다른 언어를 배우는 데에만 사용했다는 것을 밝혀둔다. 한국어로 듀오링고를 학습하려는 사람들은, 밑의 내용이 크게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다만 영어로 서양 언어 계통 (프랑스어 외에도 독일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등)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는 대부분 비슷하게 적용될 말들일 것이다.
내가 배우는 언어는 프랑스어다. 처음엔 독일어나 라틴어도 좀 건드려봤지만, 이후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냥 프랑스어만 기계적으로 하고 있다.
그 외에는 최근엔 일본어에 한자 배우기가 추가되어서 요즘엔 일본어 한자만 하고 있다.
0. 듀오링고란?
듀오링고는 루이 폰 안(Luis von Ahn)이란 과테말라 출신 사업가가 만든 언어 교육 어플이다. 생소한 이름일 수 있지만 이 사람은 그 유명한 CAPTCHA(the Completely Automated Public Turing test to tell Computers and Humans Apart)를 만든 사람이다. 아마 다들 회원가입 등에서 사람인지 아닌지 물업는 캡챠테스트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당시 야후에서 무더기로 만들어내는 더미 계정을 사람과 구별하려고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당시 대학원생이던 폰 안과 그의 지도교수가 코드를 무료로 야후에 제공하며 널리 퍼졌다고 한다. 그 후에도 ESP란 게임을 만들고, 천재들에게만 주어진다고 하는 MacArthur 그랜트까지 받는다. 사람들이 캡챠 코드 앞에서 기계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고 시간을 보내던 것을 보고 어떻게 유용하게 사람들이 시간을 쓸 채널을 만들 수 없을까? 란 생각을 하다가 듀오링고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 와중에 캡챠를 활용해 오래된 텍스트들을 디지털화 하는 사업을 해 이미 돈은 벌만큼 벌 상태였다고 한다.
참고로 폰 안은 문제 푸는 걸 좋아해서 수학을 공부하려다가, 수학자들은 몇 백년간 풀리지 않는 난제에 달려들지만 컴퓨터 과학 교수가 "어 난 지난주에 오픈프라블럼 하나를 풀었어~"라고 얘기하는 걸 보고 컴퓨터 과학으로 진로를 바꿨다고 한다... 수학 전공자로서 뭔가 굉장히 합리적 선택을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1. 듀오링고, 정말 도움이 되나?
결론부터 말하면 유창해지거나 잘해 지기는 매우 힘들다. 그러나 감을 유지하거나 (다른 학습방법의 보조로 사용하거나) 처음 진입할 때는 매우 도움이 된다.
듀오링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학습의 게임화(Gamification)로 큰 부담없이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데에 있다. 광고만 보면 구독료를 낼 것도 없이 시작할 수 있다. 리더보드로 적당한 경쟁도 추가해 동기부여도 적당하게 해준다. 그렇지만 좀 하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이거 도움이 되긴 하는거야?
듀오링고 서브레딧을 보다보면 매번 단골로 올라오는 주제들이 있다. 얼마나 유창해졌느냐이다. 참고로 듀오링고 서브레딧은 듀오링고 직원이 직접 글을 올릴 정도니까, 어느정도 공신력있는(?) 토론장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듀오링고를 쓰는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나의 경우는 읽기 능력 향상이었는데, 아마 캐주얼하게 언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은 여행시 사용이거나 해당 언어를 써서 직접 소통하는데에 주력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보다 도움은 된다.
듀오링고가 가장 효과적일 수 있는 구간은 처음 해당 언어를 접하는 초보자 구간이다. 영어를 어느 정도 아는 상태에서 프랑스어나 독일어, 스페인어 같은 유럽언어들을 배운다고 할 때, 내 경험상 대학 입문 수업 한학기 듣는 것 보다 듀오링고를 세 달 정도 하는게 훨씬 효율적이었다. 그 이유는 일단 반복학습으로 뇌에 각인시켜주기 때문이다. 보통 입문용 코스에서는 'I would like a coffee' 같은 일상적으로 자주 쓰고 구문 구조가 간단한 문장들 부터 학습하게 된다. 프랑스어로는 'Je voudrais un café'가 된다. 영어로 직역하면, Je=I voudrais=would like un café=a coffee로 번역된다. 듀오링고는 이 구조를 반복하게 질문하며 학습하게 한다. 'Je voudrais un croissant' 같은 단순 변형들도 같이 연습하게 된다. 이 문장만 봐도 왜 영어권 화자가 불어를 배우는게 한국인이 불어를 배우는 것보다 훨씬 쉬운지 알 수 있다. 기본 문장 구조가 판박이인 경우가 많다. 단어들 어근도 유사해서 마치 한국어 화자가 일본어를 기초 단계에서 쉽게 익히는 것처럼 익힐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꾸준히 언어를 접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측면에서 어쨌든 나쁜 투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습관이 되면 별로 귀찮지 않다(진짜로!).
물론 초보자 구간을 지나면 지루한 구간(...)이 찾아온다. 이런 단순 반복이 도움이 되나?하며 회의감도 들고, 이렇게 공부해봤자 또 한마디도 못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럴 때 도움이 되는게 다음에 이야기할 요소이다.
2. 게임적 요소
듀오링고는 게임화를 이용하는 만큼 게임적 요소가 많다. 혹시 예전에 큐플레이라는 게임을 해본 적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큐플레이랑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된다(물론 큐플레이). 개별적으로 xp를 쌓아서 소규모(20명정도)의 인원과 리더보드에서 남들과 경쟁하는 방식이다. 이 외에도 퀘스트나 매달 달성할 수 있는 뱃지 등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들이 많다. 물론 다들 언어도 다르고 난이도도 다르니 리더보드가 사실 제대로된 경쟁은 되지 않는다. 그저 개인적 동기부여 요소로 쓰면 된다. 지금은 퀘스트를 전부 다 클리어하고 리더보드를 닫아버렸다. 참고로 예전에는 월요일 리더보드 리셋이 일찍 되는 시기에 경쟁에 참여하면 열심히 하는 사람들과 한조가 돼서 빡센 경쟁을 하게 된다. 쉬운 레슨만 반복해서 경험치만 쌓는 사람도 있다!(이게 뭐라고...) 고로 경쟁이 정말 자기 학습에 도움이 되는 영역까지만 하는게 좋다. 그 외에도 중간중간 보상으로 gem같은걸 준다. 이거로 streak freeze같은 걸 구입 할 수도 있다. 가끔 여행 가거나 바쁘면 하루씩 까먹을 때도 있는데, 그 때 스트릭을 잃지 않게 해준다.
3. 과금, 해야하나?
듀오링고에도 과금적 요소가 있다. 슈퍼듀오링고나 듀오링고 패밀리 등. 일반적인 앱의 프리미엄 구독형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슈퍼 듀오링고를 구독하지 않아도 학습적인 측면에서는 큰 무리가 없다. 큰 차이점은 슈퍼를 구독하면 광고가 없어진다는 것. 또 하트(체력 개념으로 5개까지 갖고 있을 수 있고 틀릴 때 마다 하나씩 깎인다)가 무한대로 바껴서 여러번 틀려도 계속 학습할 수 있다. 그리고 스토리모드라고 간단한 대화로 공부하는 레슨이 있는데, 예전에는 따로 내가 원하는 것들만 골라서 공부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이 옵션이 슈퍼로 옮겨갔다. 그치만 패스를 진행하며 나오는 것만 해도 사실 큰 무리는 없다.
개인적으로 슈퍼에서 가장 괜찮은 요소는 말하기 연습일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내가 열심히 해보지 않아서 뭐라 말 할 순 없지만, 영어 공부해본 경험에 의하면 말하기는 혀근육이 기억하게 하는 법이 가장 빨랐다(무작정 반복만이 답이었다는 것...). 말하기 레슨만 전용모드로 들어가면 말하기만 주구장창 해볼 수 있다. 물론 AI 음성인식 기반이라 인식이 정확하진 않지만, 도움은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자기가 틀린 문제들만 모아서 풀어볼 수 있는 모드도 제공된다. 슈퍼를 무료체험같은거로 해보고, 필요하다면 구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4. 총평
듀오링고를 해야하나?라고 하면 개인적으론 추천하는 편이다. 물론 영어로 일본어를 배운다거나 중국어를 배운다거나 하는 건 매우 효율이 떨어지기는 한다. 우리는 규칙 기반일 경우에 빠르게 언어를 배울 수 있으므로, 기본적으로 문장 구조가 다른 경우 듀오링고의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초창기 번역기들이 한국어-영어 번역 성능이 그저 그랬던 것 처럼.
그럼에도 최대한 추천하는 이유는 일단 초보자 단계에선 매우 좋기 때문이다. 듀오링고는 업데이트가 굉장히 잦은 편인데, 그 때마다 기존 유저들은 듀오링고 망했다 난 떠난다!를 외쳐댄다. 듀오링고 서브레딧에 가보면 항상 이런 글이 메인에 걸려 있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그런 업데이트들이 일견 개악인것처럼 보여도 나름 잘 정립된 학습 이론에 바탕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가 많다. Tree형식에서 path형식으로 바뀔 때도 엄청난 반발이 있었지만, 이제와서 돌아보면 path형식에서도 학습자의 학습 정도에 따라 알고리즘이 딱 리뷰가 필요한 레슨을 다시 보여주는 느낌이라 큰 불편이 없다. 물론 당시에는 내가 배울 레슨을 능동적으로 택하는 tree형식이 레슨이 앱에서 자동으로 주어지는 path형식보다 낫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와서 보면 크게 개악은 아닌 것 같다. 최근 듀오링고는 tree형식을 완전히 버리고 (AB테스트중이었다) path형식으로 완전히 갈아탔다.
또 하나의 이유는, 듀오링고가 습관화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듀오링고로 언어를 유창하게 배울 순 없다. 그래도 우리가 언어를 배울 때 가장 큰 장벽인 매너리즘을 극복하는 좋은 툴이다. 다이어트를 해도 운동 결심을 해도 항상 습관화가 되지 않으면 의지력으론 한계가 있다. 이것만 붙들고 있을게 아니기 때문에! 나도 프랑스어를 3년이나 공부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렇다고 3년 내내 열심히 공부한 것은 아니다. 레슨 하나만 하고 스트릭만 늘리는 날도 많았다. 그래도 초반에는 뉴스도 읽어봐야지, 책도 읽어 봐야지, 영상도 봐봐야지!하고 불타올랐지만 이내 지쳐서 그만두게 됐다. 그래도 듀오링고를 꾸준히 해서, 어느 정도 감은 유지할 수 있었고, 이제는 프랑스어 텍스트를 보면 어느정도 의미파악은 된다. 물론 형편없는 실력이지만 별 노력 들이지 않고 이정도면 나쁘지 않다 싶다. 정말 언어를 깊게 배우고 싶다면, 듀오링고에서 제공하는 팟캐스트나 다른 소스들로 보충하며 공부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언제까지 할 지 모르겠다. 최근엔 10년 스트릭을 달성한 사람들이 인증샷을 올리고 있는 걸 보니... 한동안은 계속 할 것 같긴한다. 스트레스가 되지 않는다면 매일 스트릭 늘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세줄요약
듀오링고 하세요!
큰 기대만 안하면 은근 실력 늡니다.
습관화로 꾸준히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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